악기를 배우는 자세

by d_ijk_stra

나는 대학에 진학해서야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동아리에서 같은 학번에 기타를 치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내 실력이 형편없으면 동아리 얼굴에 먹칠을 할 것 같아서 빨리 실력을 늘려야 한다고 많이 조급해했지만… 막상 잘 늘지 않아서 동아리 얼굴에 똥칠을 하고 말았었다 (먼산).

동아리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눈물) 성인이 되어서 스스로 악기를 배우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유익한 경험이었다. 어릴 때에는 워낙 흡수력이 빠르기도 하고, 대개 부모님 돈으로 경험 있는 강사의 지도를 받으니까 별 생각 없이 연습해도 꾸준히 발전하게 된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적잖이 이미 손과 머리가 굳은 다음에 자력으로 악기를 배우려니, 별 생각 없이 연습해서는 도무지 나아지지가 않았다. 아주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다음에야 다음과 같은 몇가지 당연한 사실들을 깨닫게 되었다.

1.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는 박자에서 천천히 연습하기 시작해서, 정확성을 유지하며 차분히 템포를 올려야 는다.
2. 스스로에게 필요한 연습이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찾아내서 연습해야 발전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만 연습하고 앉아있으면 잘 치는 부분을 계속 잘 치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못 치는 부분을 찾아내서 연습해야 한다.
3. 2를 실행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연주하는 소리를 집중해서 듣고 분석하며 연습해야 부족한 부분의 보완이 되지, TV 틀어놓고 띵가띵가 하면서 시간만 많이 보낸다고 늘지 않는다.
4. (이것은 성격이 비뚤어진 나같은 사람만 해당하는 문제였던 것 같은데…) 연주와 무관한 감정을 들고 있으면 쓸데없는 에너지만 소모하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런 감정들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 씨빨 쟤는 되는데 나는 왜 이게 안되지?’같은 쓸데없는 조급함, 시기심, 열등감 등은 3에 방해만 되고 술만 는다…
5. 재능과 경험의 차이는 너무나도 분명히 있다. 이미 성인이 된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애초에 태어나길 민첩한 손가락을 갖고 태어난 사람과 어려서부터 폭넓은 음악을 듣고 귀를 예민하게 키운 사람을 따라갈 길은 없다. 내가 어떤 다른 일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음악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내가 썩 잘 하는 일도 없지만… 그래도 공부는 그나마 좀 나으니까… 했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런 깨달음들은 사실 공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어서, 당시에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하는 태도를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막상 기타 실력을 늘리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아서 (그럼 이게 무슨 깨달음이지!?) 아직까지도 ‘우와, 기타를 갓 잡은 사람 치고는 대단한데요?’라는 소리를 들으며 기타를 치고 있다… 요즘 피아노를 연습하다 보니 대학에 처음 들어가서 기타 배우며 고생하던 생각이 나서 글을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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